해외에 오래 머물다 보면 먹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서 먹기 힘든 음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팥시루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의 한국에서는 새로 이사를 오거나 가게를 오픈하면 팥시루떡을 만들어서 돌리면서 인사를 하곤 했다. 쫄깃하고 찰진 떡에 달콤한 팥이 겹겹이 올려져 있는 따끈따끈한 팥시루떡은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팥시루떡이란 무엇인가
팥시루떡은 쌀가루(멥쌀 혹은 찹쌀가루)와 팥고물을 시루에 쪄낸 떡을 말한다. 시루에 팥과 찹쌀가루 혹은 멥쌀과 섞은 가루를 켜켜이 번갈아 쌓아서 만든 이 떡은 찹쌀의 쫄깃함과 담백함, 팥의 특유의 향과 질감, 맛이 잘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팥시루떡과 한국 문화
과거에는 팥이나 찹쌀 모두 귀한 재료였다. 이 귀한 재료로 만들어진 팥시루떡은 중요한 행사 예를 들면 잔치, 제사, 명절 등에 특별하게 만들어져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는 음식이었다. 특히 동지에 팥죽을 먹는 한국의 문화에서 알 수 있듯이 팥이라는 재료가 액을 쫒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믿음이 있었고, 팥의 동그란 모양 안에 다시 작은 원이 있는 모양을 풍요의 상징이라고도 생각했다.
팥시루떡의 영양학적 장점
주재료인 팥은 식물성 단백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고, 찹쌀은 탄수화물로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음식이다. 특히 팥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들어있어 세포손상을 방지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설탕이 함유되어 있기에 과도한 섭취는 좋지 않지만 과거에 영양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기운을 내게 해주는 훌륭한 음식이었다.
외국인들도 팥시루떡을 먹을까
팥시루떡은 분명 영양이 풍부하고 팥의 맛과 향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고유한 한국 음식이다. 하지만 외국인들도 이런 팥시루떡을 좋아할까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며 느낀 것이 쫄깃한 한국의 떡 질감을 좋아하는 사람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나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미 팥이라는 재료를 접해본 아시아권 사람들은 좀 더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유니크한 음식임은 분명하다.